물고기는 알고 있다, 사회생활의 구체적 증거 - 담양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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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 / 2022. 11. 28. 19:56

물고기는 알고 있다, 사회생활의 구체적 증거

협동사냥을 하는 물고기들

카리브 해에서 야단법석하는 물고기 떼를 발견한 적이 있다. 그 뒤로는 커다란 물고기들이 일렬횡대로 쇄도하는 게 보였다. 촘촘한 대형으로 사냥감들을 압박하여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이, 돌고래들의 장기인 협동사냥을 방불케 했다. 돌고랟르은 물고기 떼를 동그렇게 에워싼 채 입을 쩍 벌리고 있다가 도망치려고 필사적으로 튀어오르는 물고기들은 덥석 집어삼킨다. 카리브 해의 사냥꾼들은 원형을 그리지는 않았지만, 먹잇감들을 해안가로 몰아 오도가도 못 하게 한 다음 습격하는 전술을 구사했는데, 이 역시 돌고래의 전매특허 중 하나다. 이 광경은 유명한 만화의 내용과 거리가 먹다. 즉, 조그만 물고기가 큰 물고기에게 잡아먹히고, 그 물고기가 좀 더 큰 물고기에게 잡아먹히고, 그 물고기가 더더욱 큰 물고기에 잡아먹히는 그림 말이다. 그 그림은 물고기를 굶주름에 맹목적으로 반응하는 로봇으로 묘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목격한 장면은 물고기가 협동사냥을 하는 전형적 사례였다. 사실 물고기의 협동사냥은 희귀한 현상이 아니라 여러 종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꼬치고기 무리는 나선형으로 헤엄을 치며 먹잇감을 얕은 곳으로 몰아 쉽게 사냥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냥하는 참치 떼가 포물선 모양을 그린다는 것은 이들이 협동사냥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고기의 협동사냥은 흔한 일이다. 바다에서도 강에서도 볼 수 있다.

라이온피시의 협동사냥 

사자는 절묘한 협동사냥 기술로 유명하며, 범고래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사자들끼리 '사냥할 때가 됐다'고 신호를 주고받는 방법을 모른다. 하지만 사자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신호를 교환하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물고기는 어떨까? 가장 좋은 논의의 출발점은 사자와 이름이 같은 물고기, 즉 라이온피시다. 라이온피시가 이 엄청난 이름을 얻은 건 순전히 갈기 때문이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탁월한 협동사냥 능력 때문인 것도 같다. 2014년 라이온피시 두 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라이온피시 여러 마리가 나팔 모양의 독특한 지느러미를 이용해 '함께 사냥하자'는 의사를 서로에게 전달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협동사냥을 신청하는 물고기가 다른 물고기에게 접근하여 고개를 숙이며 가슴지느러미를 펼친다. 그러고는 꼬리지느러미를 몇 초 동안 재빨리 흔든 다음, 양쪽 가슴 지느러미를 천천히 번갈아 흔든다. 신청을 받은 물고기가 지느러미를 흔들어 맞장구를 치면, 이윽고 여럿이 함께 사냥을 떠나게 된다. 라이온피시들의 협공 방법은 간단하다. 기다란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하여 작은 물고기를 궁지로 몬 다음, 한 마리씩 돌아가며 번갈아 공격을 퍼붓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전리품을 나눠먹는데, 파트너들이 전리품을 공유하는 것은 이치에 맞다. 왜냐하면 이기심이 개입될 경우 협동은 와해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협동사냥은 단독사냥보다 성공률이 높다. 라이온피시 두 종의 사냥방법은 동이랗며, 때로는 이종 라이온피시들이 한 팀을 이루어 사냥에 나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루퍼와 곰치의 계획 능력 

협동사냥에 더욱 공을 들이는 이종 물고기들도 있다. 그루퍼와 곰치는 라이온피시와 고웃피시의 전술을 결합하여, 신호나 몸짓을 이용해 욕구나 의사를 전달하고, 먹잇감을 잡기 위해 상보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의 행동은 2006년 홍해에서 레두안 비샤리와 세 명의 동료들에 의해 처음으로 관찰되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공동사냥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한 팀을 이룬 이들은 마치 해변을 걷는 친구들처럼 함께 어울려 산호초 주변을 유유히 헤엄쳐 다녔다고 한다. 그루퍼와 곰치 간의 신호전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점은 궁극적 목표물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즉, 그루퍼가 곰치에게 협동사냥을 하자고 신호를 보내는 장소에서는 먹잇감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루퍼와 곰치는 미래의 사건을 기대하거나 만들어낸다는 이야이가 되는데, 이것은 물고기가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가 된다. 영장류학자인 프란스 드 발은 그루퍼와 곰치의 협동사냥 사례를 접하고, '물고기가 할 수 없는게 도대체 뭘까?'라고 의문을 품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생존에 관한 가장 지능적인 해법은 우리와 거리가 먼 동물, 특히 물고기들이 갖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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