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알고 있다, 속임수와 성생활 - 담양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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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 / 2022. 11. 29. 20:20

물고기는 알고 있다, 속임수와 성생활

물고기들이 하는 속임수의 종류 

물고기 사회에서는 이상과 같은 자제력, 협동, 평화 유지 활동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물고기들이 천사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든 형태의 협동과 사회적 상호작용에는 사사로운 이익을 위한 조작의 여지가 존재한다. 평범한 물고기가 이기적 물고기가 되는 데는 그다지 커다란 도약이 필요하지 않다. 인간도 그렇지만 물고기는 다양한 시각적, 행위적 속임수를 통해 다른 물고기들을 우롱한다. 속임수 중에는 포식자를 간단히 따돌기기 위한 술책도 있다. 많은 물고기들은 치어기에 다른 동물 흉내를 내는데, 그런 동물들은 야한 색깔로 독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어린 제비활치의 형태과 색깔은 독성 편형동물과 매우 흡사한 반면, 어린 험프백그루퍼는 진주처럼 하얀 바탕에 까만 반점을 이용하여 다른 독성 편형동물의 도플갱어로 변신한다. 꾸밈 행동으로 속임수를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다. 2011년 독일괴팅겐 대학교의 고데하르트 코프는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의태의 최고봉 사례를 카메라에 담았다. 흉내문어가 수렵채집을 위해 모래 위를 기어가는 모습을 촬영하던 코프는 문어의 촉수 사이에서 불랙마블 죠피시 한 마리가 꿈틀거리는 것을 간신히 발견했다. 죠피시의 색깔과 무늬는 두족류와 완전히 똑같은 데다 문어의 팔과 평행을 유지하며 움직임으로써 위장을 극대화했다. 코프는 이 사실을 산호초라는 잡지에 보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죠피시는 성어기의 대부분을 안전한 모래굴 밑에서 보낸다. 그러나 때로는 흉내문어에 감쪽같이 빌붙어, 자기의 소굴을 떠나 먼 사냥,채집터로 안전하게 이동한다." 흉내문어는 다른 동물들을 기가 막히게 흉내 내는 모방의 천재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이 있지만, 지금까지 흉내무너를 흉내 내는 것으로 알려진 해양생물은 죠피시 하나밖에 없다. 의태와 의장은 그저 피식자가 포식을 피하기 위한 도구만은 아니다. 포식자들도 피식자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의태와 위장을 사용한다.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민물에 사는 리프피시는 나뭇잎을 흉내 내도록 진화했다. 이 끈질긴 사냥꾼들은 시각적, 행동적 속임수를 적절히 조합하여, 멋모르고 가까이 다가온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는다. 리프피시는 나뭇잎  사이에 끼어들어 가만히 떠 있거나 둥둥 떠다니면서, 나뭇잎과 완전히 동화된다. 한 곳에 머물러 있을 때는 작고 투명한 가슴지느러미를 초고속으로 움직인다. 뺨에서 튀어나온 허름한 다육질의 돌기는 부식된 잎자루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고비가 좋아하는 간식이다. 일단 작은 물고기가 사정권 안에 들어오면, 리프피시는 탄력 있는 턱을 이용하여 빨아들이는데, 모든 상황은 0.25초 만에 종료된다. 회의론자들은 의태를 이용하여 새나 기타 포식자들을 우롱하는 곤충들의 사례를 들며, 물고기도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모를 거라고 단언한다. 아귀, 리프피시, 트럼펫피시는 무척추동물의 구성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들은 뇌, 감각, 생화학, 그리고 정신을 가진 어엿한 척추동물의 일원으로, 그에 걸맞는 의식을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 칠흑같이 어두운 물속에서 물고기로 살아가려면 상당한 재능과 노하우가 필요하며, 피식자 역시 정신을 가진 척추동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물고기의 사회, 니모

가장 다양한 물고기의 생식 시스템

엄청난 형태적 다양성에 걸맞게 물고기의 생식 시스템 역시 다양성의 극치를 이룬다. 물고기의 생식 시스템은 매우 다양하며, 생식 행동 및 전략은 다른 척추동물들의 레퍼토리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물고기 사회에는 난혼, 일부다처제, 일부일처제가 모두 존재하며, 평생 동안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는 물고기도 있다. 수컷은 짝짓기 방법에 따라 하렘을 유지하거나, 영토를 수호하거나, 단체로 짝짓기를 하거나, 몰래 짝짓기를 하거나, 홀아비로서 기회를 엿보거나, 성적 해적질도 한다. 암컷은 그 과정에서 결코 수동적인 부속물로 행동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물고기들은 암수딴몸이라는 익숙한 패턴을 본인다. 암수딴몸이란 평생 동안 암컷 또는 수컷으로 지내는 것을 말하지만, 성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물고기들도 수십 가지나 있다.

 

산호초 주변에서 일어나는 물고기의 성변환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특히 산호초 주변의 환경은 성적 표현형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호초 주변에 사는 물고기들 중 4분의 1이상은 수컷에서 암컷으로 변하며 그 역도 성립하지만, 이 과정에서 값비싼 외과수술은 필요하지 않다. 어떤 물고기들은 유니섹스 접근방법을 채택했는데, 이 경우 웅성과 자성이 동시에 나타나거나 순차적으로 나타난다. 정자와 난자를 동시에 생성하는 물고기들은 대부분 드넓은 심해의 어둠 속에서 발견되는데, 용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들을 '동시적 암수한몸'이라고 부른다. 이성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에서는 스스로 수정할 수 있다는 게 매우 유용한 적응일 수 있다. 셀프 성전환 물고기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데, 이들은 연령과 몸집에 따라 성이 달라지며, 용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들을 '순차적 암수한몸'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하나의 수컷이 여러 암컷들을 독점하는 짝짓기 시스템에서는 처음에 암컷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몸집이 커져서 경쟁자들의 도전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을 때 수컷으로 바뀌는 게 유리하다. 그리하여 어린 구성원들이 모두 암컷인 경우, 성장한 수컷 한 마리가 정점에 군림하는 하렘이 건설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서 어릴 때는 모두 수컷이었다가 나중에 커서 암컷이 되어 알을 낳는 물고기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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