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알고 있다, 학습하고 터득하는 노하우 - 담양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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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 / 2022. 11. 28. 18:46

물고기는 알고 있다, 학습하고 터득하는 노하우

물고기의 시간-장소 학습 속도 

기억은 학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왜냐하면 뭔가를 기억하려면, 먼저 그것에 대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류학자 스테판 립스는 수족관과 야생에서 물고기의 행동이라는 흥미로운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포유류나 조류가 학습 과정에서 보여주는 묘기들 중 이들만의 특출난 재주는 거의 없다. 물고기들에게서도 그와 비슷한 사례들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물고기에 관한 고급지식을 은근히 자랑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물고기의 학습능력을 줄줄이 읊어주기 바란다. 비연관학습, 습관화, 민감화, 거짓 조건화, 고전적 조건화, 회피 학습, 제어 전환, 연속 역전 학습, 상호작용 학습 등. 아쿠아리움의 물고기 사육사들은 '물고기들이 정해진 식사시간을 아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데,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내 친구 컬럼 브라운이 이끄는 연구진은 브라키르하피스 에피스코피라는 물고기를 수조에 기르면서, 아침에는 한쪽 끝에서 먹이를 주고 저녁에는 반대쪽 끝에서 먹이를 줬다. 그러자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물고니는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장소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현상을 '시간-장소 학습'이라고 하는데, 골든샤이너와 에인절피시는 시간-장소 학습을 완료하는 데 3~4주가 걸린다고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쥐는 이보다 약간 짧은 19일이 걸리며, 정원솔새의 경우에는 이보다 약간 더 복잡한 과제(4개의 장소와 4개의 시간)을 단 11일 만에 학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동물의 학습능력을 비교할 때, 이러한 숫자들이 갖는 의미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동물들은 섭식 패턴이 제각기 달라, 학습시간만을 기준으로 학습능력을 비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물고기들은 하루에 두 번씩 먹이를 먹는 게 보통인 데 반해, 작은 새들은 몇 분마다 한 번씩 먹이를 먹는다. 따라서 먹이를 동기부여 요인으로 이용한 학습실험에서 느긋한 물고기는 조급한 새보다 학습속도가 느리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물고기의 시간-장소 학습 속도가 느리다고 해서 학습능력이 모자란다고 속단하면 안 된다. 먹이를 먹는 빈도를 감안하면, 물고기의 학습 속도는 새 보다 결코 느리지 않다. 

 

뛰어오르는 연어, 학습능력

관련 구체적 연구 

물고기의 빠른 학습 속도를 이용하면, 부화장에서 사육되어 야생에 방출된 물고기들의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 제자리를 맴돌며 수영하고, 정해진 시간에 사료를 받아먹고, 위험한 포식자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양식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성장하는 것은 야생에서 생존하는 것과 전혀 색다른 경험이다. 야생 연어들과 달리 생존기술이 부족한 양식 연어 새끼들의 경우, 매년 전 세계에서 방출된 약50억 마리 중 겨우 5퍼센트만이 살아서 성어가 된다고 한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양식장이나 축사에서 여러 세대 동안 사육되는 동물들은 포식자를 인식하는 능력을 상실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런 환경에서는 포식자를 인식하는 능력이 생존우위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질 폰티피시아 가톨릭 대학교의 생물학자 플라비아메스퀴타와 로버트 영은 양식한 물고기의 생존율을 상승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들은 나일틸라피아의 치어를 박제된 피라냐에 노출시킨 뒤, 수조에 설치되어 있던 그물로 즉시 생포했다. 그물에 잡히는 순간, 틸라피아는 그물에 걸린 불쾌한 느낌을 피라냐의 모습과 연관시켰다. 이런 훈련을 세 번 실시하자, 틸라피아는 박제된 피라냐를 목격하자마자 신속히 사방팔방으로 달아났다. 

 

자기중심적 노하우를 가지기도 한다 

시냇물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흐르고 주기적으로 홍수가 들이닥치기 때문에 연못보다 역동적인 서식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냇물에 서식하는 등목어의 입장에서 볼 때, 돌이나 식물 등의 이정표는 여행경로를 학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믿을 거라고는 자기 자신밖에 없어, 변화무쌍한 경로를 찾아가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시냇물에 사는 등목어가 높은 성과를 거둔 이유는 시각신호보다 자기중심적 신호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연못처럼 비교적 안정된 서식지에서는 이정표가 신뢰할 만한 내비케이션 수단이므로, 이정표에 익숙해지는 데는 분명한 메리트가 있다. 같은 종 내에서도 개체군별로 형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또다른 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잇다. 만약 형질이 다른 두 개체군들이 오랫동안 상호교배를 하지 않늗나면, 궁극적으로 새끼를 낳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두 개체군은 각각 별도의 종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것은 피터 그랜트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가 핀치의 부리에서 말했던 것처럼, 진화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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