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탄생, 현악기 유추로 알아낸 현대 양자론 - 담양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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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 / 2022. 11. 5. 15:10

생각의 탄생, 현악기 유추로 알아낸 현대 양자론

양자론과 음악 사이의 유사성 

20세기의 처음 20년 동안 물리학자들은원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이 오르간이나 그랜드피아노라도 되는 것처럼 말했다. 그들의 설명에는 시적인 비유를 뛰어넘은 무언가가 있었다. 여러 관찰의 결과로 원자와 악기가 유사하다는 생가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열 같은 에너지가 힘을 가할 경우 빛의 파장을 방출하는 것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빛을 분산시키는 분광기로 보면 각 원소의 색채 특질을 이루는 스펙트럼이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오르간이나 피아노와 마찬가지로 각 원자는 '일련의 음'을 스펙트럼처럼 동시에 나타낸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화음(색채특질)은 한 원소의 특징이 된다. 분명히 한 원소의 에너지 스펙트럼과 그것의 구조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다. 그런데 무슨 연관성이 있는가?

 

음악적 유추작업을 통해 찾은 원자의 복잡한 스펙트럼 

이 문제를 풀고자 도전한 것은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였다. 여기서 수수께끼는 수소처럼 단순한 한 개의 핵과 오직 한 쌍의 전자를 가진 원자도 복잡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덴마크 물리학자 닐스 보어가 제시한 원자의 표준모델은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들처럼 전자들이 핵 주위의 궤도를 도는 모습이었고 여기서는 스펙트럼의 복잡성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제시되지 않았다. 당시 궤도는 단지 연속적인 것이며 핵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생성된다고만 알려져 있었다. 여기서 의문은 원자가 방출하는 에너지는 왜 특정 주파수에만 한정되어 있는가? 무엇이 원자를 조율하고 있어서 전자들이 특정량의 에너지를 가지고 특정한 길로만 다니는가? 그 전자들이 A음에서 C음으로 도약하듯이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건너뛰는 것은 어떻게 된 것인가? 그러면서도 글리산도가 절대 일어나지 않는 까닭은? 플랑크는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음악적 유추작업을 함으로써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원자 속 전자의 궤도를 마치 진동하는 현이라도 되는 것처럼 다루었다.

 

수학적 모형으로 전자 궤도를 설명하다

그가 찾아낸 흥미로운 첫번째 사실은 오직 전자가 정상파처럼 행동할 때만 궤도의 진동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상파란 진폭과 진동 수가 같은 파동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파동 조합을 말한다. 진동하는 편이든, 풀장 안의 물결이든 정상파는 자기 자체와 함께 공진한다. 고 에너지 영역, 혹은 최고점이 겹쳐지면서 서로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동조하지 않는 파동은 사그라진다. 고에너지 영역과 저에너지 영역, 최고점과 최저점이 상쇄된다. 만일 이런 식의 소멸이 원자궤도에서 발생한다면 전자는 핵을 향해 굴러떨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물질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전자들이 붕괴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것들이 정상파처럼 행동하고 있는 증거라는 말이다. 플랑크는 이 수학적 모형을 가지고 전자들이 움직이는 궤도가 왜 현재의 바로 그 궤도가 되는지를 설명했다. 

 

현악기 바이올린에서 유추한 원자론

양자론과 음악론 

플랑크는 현이 진동할 때 모든 진동 에너지는 그 파절들 사이에 있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파절이란 진동체의 정지점을 말한다. 말하자면 양자화된다는 것이고, 이는 하나하나의 개별단위들로 분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랑크는 계산을 해나가면서 이 양자화된 다발들이 원자 스펙트럼의 선 하나하나로 표시되는 에너지량과 많은 부분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바로 개별원자의 화음적 특징인 것이다. 이것이 그의 유명한 양자론의 기원이 되는데, 아인슈타인은 양자론을 '사고의 영역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음악성의 최고형태'라고 칭송했다. 아인슈타인은 양자론을 가지고 광파가 어떻게 해서 현재 '광자'로 불리는 입자처럼 움직이는지를 설명했다.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대로 각 광자 다발에 들어 있는 에너지량, 즉 양자는 이 광파의 함수이거나 광선의 색채임이 밝혀졌다. 이러한 통찰의 결과로 플랑크는 1918년에,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1922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플랑크에게 진동하는 현과 원자 사이에서 유추하는 일은 복잡한 문제를 쉽게 만들기 위해 수학적 형식을 채택한 것에 불과했다. 

 

원자배음을 듣다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던 루이 드 브롤리는 양자화된 전자가 갖고 있는 음악과의 유사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원자를 실제 작은 현악기로 여겼다고 한다. 그는 작은 악기의 현이 진동하면 당연히 상음이나 배음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악기의 현이 실제로 진동할 때처럼. 여기서 상음이란 원음보다 진동 수가 많고 높은 음을 말하며, 그 세기에 따라 음색이 결정된다. 배음이란 진동 수가 원음의 2배, 3개 등 정수 배로 되는 음을 말한다. 1927년, 두 명의 미국 물리학자 G.데이비슨과 L.H.거머는 드 브롤리의 원자배음을 '듣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개발하여 마침내 그 배음을 찾아냈다. 결국 에너지를 방사하는 원자핵은 배음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발견은 핵 자기공명 분광학으로 이어졌다. 또 여기서 MRI라고 부르는 자기공명영상기법이 탄생했는데, 이는 현재 대표적인 의학진단기법이 되고 있다. 원자핵이 공명할 때 내는 특정한 양의 에너지나 주파수를 통해 우리는 몸을 구성하고 있는 일부 원자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이 소리를 시각적 영상으로도 전환시킬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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