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알고 있다, 예술생활과 성별 - 담양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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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 / 2022. 11. 30. 18:54

물고기는 알고 있다, 예술생활과 성별

흰동가리의 성별 시스템

영화 <니모를 찾아서>로 유명해진 흰동가리들은 몸집, 서열, 그리고 성전환에 의존하여 사회질서를 유지한다. 이들은 '덩치 큰 개체' 두 마리와 '덩치 작은 개체' 여러 마리로 그룹을 형성하는데, 덩치 큰 두 마리는 '번식 커플'이며, 둘 중에 더 큰 것이 '지배적 암컷'이고 작은 것이 '비지배적 수컷'이다. 덩치가 작은 하급자들은 모두 수컷인데, 몸집 순서대로 서열이 매거진다. 서열이 낮은 수컷들의 나이가 번식 커플과 같은 수 있지만, 성적으로 성숙한 개체의 행동 지배가 하급자들의 성장과 발육을 억제한다. 1977년 '흰동가리의 엄격한 짝짓기 시스템'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한스&시모네 프리케에 의하면, 서열이 낮은 수컷들은 본질적으로 정신생리적으로 거세된 상태라고 한다. 이 상황에서 각각의 수컷들은 지휘부에 결원이 생길 때까지 대기하고 있다가 알 낳는 암컷이 죽으면 서열 1위 수컷이 암컷으로 전환되고, 서열 2위 수컷의 지위가 한 단계 상승한다고 한다. 따라서 흰동가리 그룹에서 얻압받는 수컷들은 늘 한 줄기 희망을 품고 있는 셈이다. 성전환 물고기들은 현재 할당된 성에 따라 수컷 또는 암컷의 전형적인 역할을 적절히 수행한다. 성전환을 하지 않고 호르몬의 작용에 종속되는 물고기들에게서도 성적 행동의 가소성이 관찰된다. 이러한 행동이 일어나느 과정은 명확하지 않지만, 현장과 실험실에서 관찰된 바에 따르면 일부 경골어류들은 성적 양능성을 지닌 뇌를 갖고 있어서 양성의 행동을 관리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척추동물들은 뇌가 별개의 성으로 분화되어, 오직 전형적인 성적 행동만을 수행할 수 있다. 물고기들이 성전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연계의 성 분할이 얼마나 유동적인지를 보여준다. 의학적 추세를 눈여겨보면, 인간의 경우에도 성의 경계선이 흐릿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2015년에 발간된 니콜이 된다는 것이라는 책을 보면 한 가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란성 쌍생아로 태어난 아들 중 하나가 어린 나이에 성전환을 원하는 바람에 사회적 도전을 경험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복어가 짝짓기를 위해 만다라를 그린다

복어의 예술적 기교를 이용한 유혹

일단 자신의 성을 인식한다고 해도 '누구와 짝짓기를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데 이는 결코 사소한 의사결정이 아니다. 성적 파트너는 자신의 후손에게 돌아가는 유전자의 반쪽을 제공하므로 좋은 품질의 유전자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우자감의 가치와 바람직성을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구애라는 과정이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인간들은 데이트를 하고, 식사를 하고, 춤을 추고, 선물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평가하는데, 물고기들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물고기들은 시퀀스댄스, 세레나데, 스킨십 등 다양한 방버을 이용하여 배우자감을 유혹한다. 물고기들 중에는 예술을 좀 아는 종도 있다. 우리는 물고기를 예술가로 여기지 않으며, 설사 물고기들의 예술성을 인정하더라도 아름다운 색깔이나 색상패턴 등 수동적인 측면에 머무르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일본의 베테랑 다이버이자 사진작가인 우카타 요지는 몇 년 전 일본 남단에서 다이빙을 하던 중 물고기의 예술작품을 한 점 발견했다. 수심 25미터 해저의 모랫바닥에 그려진 직경 1.8미터의 완벽한 동그라미를 발견한 것이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확장된 지문처럼 보이는 중심부의 원반에서 두 개의 동심원 파문이 방사상으로 퍼져 나갔다. '누가 이런 정교한 그림을 그렸을까?'라고 의아해한 우카타는 며칠 후 촬영기사를 대동하고 그 장소를 다시 찾아 궁금증을 해결했다. 기하학적인 미스터리서클을 그린 작가는 작고 매우 평범한 용모의 수컷 복어였다. 복어는 여러 시간 동안 한쪾으로 헤엄치면서, 가슴지느러미 하나를 빠르게 흐들어 모랫바닥에 홈을 파 걸작을 완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림만 그린 게 아니었다. 중간 중간 도형의 정확성을 확인하면서, 입에 물고 잇던 작은 조개껍질을 잘게 부숴 홈 속에 뿌림으로써 그림을 장식했다. 이후 다른 수컷들이 그린 만다라가 여러 점 발견되었는데,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들이 그린 그림은 여러 가지 기능을 발휘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암컷을 유혹하여 동그라미 안에 알을 낳게 하는 것이다. 모래 위에 판 홈은 알이 해류에 휩쓸려 굴러가는 것을 막고, 그 곳에 뿌려진 조개껍질 부스러기는 그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알을 위장하는 기능을 겸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그라미를 정교하게 그릴수록 짝짓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수컷들은 훌륭한 예술가로 진화할 수 밖에 없었다. 

 

둥지를 짓는 물고기 

수컷 큰가시고기는 입으로 짝짓기용 둥지를 짓는다. 이들이 짓는 U자형 둥지는 바우어새들의 둥지와 매우 비슷하지만 특별한 강화제가 사용된다. 수컷 큰가시고기는 신장에서 끈끈한 점액질을 생성하는데, 둥지를 지을 때 총배설강을 통해 실 같은 접착제를 뽑아내, 이것으로 나뭇잎, 풀, 조류 등의 건축자재를 엮는다. 스웨덴 오슬로 대학교의 사라 외스틀룬드 닐손과 미라엘 홀름룬드가 이끄는 연구진은 스웨덴 서해안에서 큰가시고기의 생태를 연구하던 중, 수컷 큰가시고기가 다양한 색깔의 조류를 골라 둥지의 입구를 장식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연구진이 둥지 근처에 반짝이는 은박지와 팔찌를 놓아두자 수컷 큰가시고기가 금세 가져다 둥지를 꾸미는 데 사용했다. 화려해진 둥지는 많은 암컷들의 인기를 끌었다. 결국, 블링블링한 것을 좋아하는 동물은 인간이나 바우어새뿐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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